영화를 보고나서 이러저런 생각을 불러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엄숙한 절제의 삶을 대변하는 드니로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자꾸 흔들린다.
거꾸로 막되먹은 노튼은 점차로 마치 도를 깨달은 성인처럼 단단해진다.
착한 드니로는 파멸에 접근하면서 불안정해 지고, 나쁜 노튼은 안정된 캐릭터로 바뀐다.
이게 내게는 꼭 근대성의 붕괴에 대한 서사로 읽혔다.
이런 해석이 영화의 과도한 관념성 만큼이나 지나친 관념적 해석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항상 갱스터 캐릭터로만 보던 드니로가 일상의 평범하면서도 착한 도덕주의자 역을 하니 처음에는 손이 오글거린다.
드니로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노튼의 캐릭터가 압도적이다.
드니로가 그걸 차분하게 받쳐주는데, 그런 힘은 늙은 드니로의 여유에서 나온다.
특별한 반전 없이 드니로와 노튼이 책상에 마주앉아서 시종일관 주절거리는게 영화의 전부라서 무지하게 재미없는데, 어느새 엔딩이 나오는 특이한 영화다.
이러면 재미있는 영화란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