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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영화보기

다세포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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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김경'이라는 패션니스트?가 '한겨레21'에 고정 칼럼을 썼었다.
그녀의 문제의식도 재미 있었고, 그녀가 관심 있어하는 세계도 매우 독특했다.
그녀의 칼럼을 통해서 많은 새로운 세계를 알 수 있었다.
'낸시 랭'이라는 퍼포먼스미술가,도 / 주성치라는 영화감독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책 '뷰티풀 몬스터'를 읽다가 B급 영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대표적 B급 영화라고 소개한 '소림축구' '쿵푸허슬' 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허풍, 과장, 사기, 맥락없음, 경박함 같은 것들을 짬뽕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게 신선하게 느켜졌다.

심심해서 비디오가게에서 '다세포소녀'라는 영화를 빌렸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DVD진열대에서 제일 먼저 눈에 찍힌것을 뽑았다.

주성치 영화보다 더 심하다.
네이버에 '다세포소녀 리뷰'라고 쳐보니, 거개가 쓰레기라고 나왔다.

내 느낌은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쓰레기다,는 거다.
현실을 이렇게 비틀고, 장난친 영화는 처음 본다.

물론 스토리도 엉성하고, 비약도 심하고, 맥락도 엉터리인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장점을 꼽자면, 소수자들을 한방에 이렇게 많이 대변한 영화는 없다.
성적 소수자, 경제적 소수자, 신체적 소수자, 인종적 소수자 등 모든 소수자들을 다 대변한다.
욕심이 많은건지, 의도적인 장난질인지 모르겠다.

아뭏든 이러저런 근거를 들어 영화를 쓰레기라고 내동댕이 칠 수 있다.
구태여 그러고 싶다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

근데 영화가 꼭 아귀가 딱 들어맞는 리얼리즘적 무게감이 있어야하는가?
스토리가 좀 엉성하면 어떤가?
어차피 리얼리즘적 현실이라는 것도 모순덩어리 아닌가?

B급이어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발언할려고 애쓰는 모습이 가치가 있다.
현실에 절망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재미있다.
청소년들의 성적 욕망을 음침하게 묘사하지 않고, 쨍쨍한 햇 빛에 노출시키는 긍정적 태도는 어떤 영화 보다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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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신파극을 희롱할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최근 개봉된 라디오데이즈에서 신파를 희화화하는 대목을 여기서 베끼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이것저것 가지고 노는 소재가 하도 많아서, 그런식으로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것 같다.
뜬금없이 용이 등장하는 결말 부분은 심형래의 영화 용가리를 가지고 놀려고한게 분명하다.
맥락이 너무 황당해서 거의 만화 수준에 가깝기는 하지만.

누구나 이 영화를 B급 쓰레기로 쉽게 내동댕이 칠 수 있다.
나에게는 그래도 소중한 B급 보석으로 보인다.
무엇 보다도 아이들이 뭘 고민하고, 뭘 하고 싶어하는지 엿 볼 수 있어서 좋았다.

B급에 대한 내 감수성.
그걸 갈고 닦아서 벼리면 뭐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