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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치

통장정리

모처럼 만에 은행에서 통장정리를 했다.
기계에 넣어 보니 5페이지나 주-욱 나왔다.
시골에 사니 인터넷으로 은행일을 처리한다.
한번씩 읍내에 나와 통장을 정리하면 이런식이다.

매월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각종 기부금 명세서.

민주노총 관련 : 4만원
어쩌다 보니 민주노총 관련 기부금이 4만원이나 되었다.

민주노동당 : 1만원
예전에 후원회원으로 내던 회비다.

간디학교 : 3만원
버지니아 울프가 현실에서 참수를 당하고 난 다음, 그녀가 내던 기부금을 인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현실을 참수했다고 주장한다.
뭐가뭔지는 좀 지나봐야! 안다.
상호참수라서 진실을 가리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뿌연 포연이 걷히고, 정확한 진실이 드러날거다.
확실한건 버지니아 울프가 영국의 빅토리아시대를 참수했다,는 사실이다.
그 시대는 현실에서 웃음으로만 소비된다.

환경운동연합 : 2만원
명박이 당선되고 나서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반도 대운하 반대 프로젝트에 최소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요즘 명박이 정권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였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콘텐츠 없는 놈들에 쫄았었던 나에 대해서 얼굴이 뜨뜻해질 때가 있다.
그걸 쪽 팔리다,고 느끼는 내 감수성의 변화가 무슨뜻인지 생각중이다.

아프리카 어린이 구제기금 : 2만원
작년부터 시작했다.
후원을 하는 르완다 아이의 사진을 받고, 꼭 새로 아들을 얻은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쯤 많이 자랐을 텐데, 살아가면서 혹시라도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프레시안 : 5,000원.
서너달 전부터 프레시안에 '프레시안 좀 살려주세요!'라고 광고가 떴다.
프레시안을 통해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는다.
기부를 하기는 해야 겠는데, 빚이 꼽싸등이라는 핑계로 면피액수인 5,000을 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간디학교를 한꺼번에 짤랐다.
생각이 변한 부분을 정확히 반영했다.
한달에 무려 8만원이 굳었다.
프레시안에 5,000원 기부를 하면서 좀 미안했다.
요번에 굳은 돈에서 1,5000원을 프레시안에 더 보태주기로 했다.

프레시안에 2만씩 내니, 이제 프레시안 모임에도 나가서 큰소리쳐야겠다.
근데 지방에선 프레시안 모임이 없다.
결국 혼자 모임을 열고 혼자 큰소리를 치는 수 밖에 없다. ㅎㅎㅎ.

통장을 정리할 때 마다 생생한 존재감 비슷한 작은 쾌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