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노동당이 412/650 의석을 확보하면서, 영국의회역사상 가장 역사적인 패배를 보수당인 토리당에게 먹였고, 지난 14년간의 집권당이었던 토리당은 120/650으로 의석수가 쫄아들어, 정당으로서 미래가 불투명한 지경에 빠졌음.
2. 이런저런 곡절을 거치겠지만 토리당이 역사의 장에서 퇴장한다면, 그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물론 이런 질문이 성급하고, 현실을 편의대로 과장 - 왜곡하는 편향성이 없지 않지만, 이번 노동당의 역사적인 대승을 좀더 냉정하게 평가해줄 또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생산성이 있음.
3. '제3의길'의 귀환 : '제3의길'은 토니블레어의 세기말과 세기초의 거의 20여년에 가까운 영국노동당의 장기집권을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임. 원래 사회학자인 기든스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 인간수명연장'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기초의 변화를 반영한 노동당의 정강-정책 변화 모델인데, 이를 블레어가 노동당의 당권-집권 정강-정책으로 적극수용하면서 현실화함. 대표적인 변화 내용은 전통노동당의 핵심정강인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기본적인 사회보장정책을 포기하는 우클릭 정책들임. 이를 전임 노동당 당수인 제레미코빈이 다시 좌클릭 시켰는데, 제레미코빈을 노동당에서 축출한 이번 노동당 대승의 대빵인 스타이머가 다시 뒤집었음. 결과적으로 노동당이 블레어의 제3의 길로 되돌아온 셈임.
4. 간명하게 설명하자면, 이번 토리당-노동당 대결은 누가 보수적인 기성체제의 대표로 적절한가를 겨루는 대결이었음. 스타이머의 외교정책이 토리당과 거의 일치하는 반러시아 친이스라엘 정책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 결국 블레어가 부시의 푸들이라고 불리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모습이, 이번에도 사람만 바뀐채로 그대로 제국주의적 영국의 재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함.
5. 그럼에도 재미있는 지점은 코빈이 노동당에서 축출당하고도 지역구에서 다시 당선된 것은, 아직 노동당에 코빈류의 정통 노동당 지지세력이 일정하게 살아있음을 의미함. 토리당이 망하고, 노동당의 제3의 길이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는다면, 아마도 코빈이 프랑스의 멜랑숑 같은 현실 좌파로 성장하지 않을까? 더하여 페라지 같은 이단아들이 토리당의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프랑스의 르펜 같은 극우세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유럽이 그리고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고, 코빈이 노동당에서 축줄당하는 중요한 계기였던 반유대주의와 반이스라엘 성향이 노동당에 일정하게 살아있는 현실은 분명해 보임. 더하여 전형적인 노동자 출신의 스타이머가 최소한 영국 국내정책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가질것임. 블레어 당시에도 국내정책에서는 사회적기초자산에 대한 보장정책들과 노동정책들이 활성화됨.
참조> Corbyn triumphs over former party in UK election — RT World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