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김사과의 '천국에서'를 읽었다.
메모지에 그럴듯한 내용들을 받아 쓰며 꼼꼼하게 읽었다.
그럼에도 두어달 지나니 아무런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다.
메모지도 잊었고, 기억도 잃었다..
기억에 선명한 오직 한마디는 --- 패션잡지 용 불온함 --- 이다.
아마도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 그럴 것이다.
내가 요즘 이런 정도로 산다.
불온하긴 한데, 그게 전혀 현실에 도발적이지 않은 불온함이다.
멋진 치장을 위한 불온함.
그러면 이게 불온하다는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김사과도 그런 불온함을 많이 잃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초기의 '미나' 같은 작품에서 보이던 앙팡테러블이 더 이상 아니다.
좋게 말해서 쫌 성숙해졌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앙팡테러블로 평생 작품활동을 할 수는 없을것이다.
그럼에도 쫌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