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스트 2014. 6. 7. 17:23

 

지긋지긋한 여름의 폭염이 막 씻겨가는 풍경이다.

작년 영암호 방조제 길을 건너 막 목포로 진입하는 신호를 대기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다.

자전거에 몸을 실은 어떤 사내도 영암호 방조제를 다 건너서 막 목포에 진입하고 있다.

자전거로 이런 풍경을 타고 지나서, 노곤한 자전거를 길 모퉁이에 처 박아 놓고, 어스름한 골목길 주점에 처 박혀, 소에 맥주타서 코 삐틀어지게 처 마시는게 취향이다.

남들 열심히 일하는데 맨 날 이러고 사니, 생활이 아주 사치스럽다.

그러다가 코뼈 뿌러지고, 안경깨지고, 얼굴피부 너덜너덜 걸레되고, 손목-발목 다 비틀어졌다.

지금은 꼼짝도 못하고 집구석에 처 박혀서, 지난 일년간 찍어둔 사진 정리하고 있다.

사치를 부리다가 받은 벌이니 별 불만 없다.

이런 벌이 없었다면, 아마도 쭈욱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이렇게 무언가를 정리할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나란 사람은 엎어져서 드러 누워야 무언가를 뒤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미련 곰탱이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