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기

영어에 미친놈들

디오니스트 2008. 1. 25. 16:43



나는 대한민국 영어교사다.
인수위에서 2010년도 부터 모든 영어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단다.
영어 몰입교육인가 뭔가를 위해서 초등학교 고학년 부터 영어교과가 아닌 다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도 검토한단다.

한번 해봐라!

이게 도대체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한날당이 보수정당이라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보통 보수정당은 민족이나 국가주의에 매달리는 이데올로기를 가지는데, 그래서 모국어중심적이고, 민족주의적이고, 외국인 배척적인 성향을 가지는데, 그것도 아닌것 같다.
그냥 미국사대주의자들이라고 말해야할지 어쩔지, 판단이 잘 안선다.
그냥 미친놈들이라고 말하기도 안쓰럽다.

영어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이유가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기러기 아빠를 없애기 위해서란다.

지금과 같은 영어 광풍이 영어학습환경이 부족해서 그런가?
시골읍내에도 새로 생기는 건물에는 영어학원 하나씩 꼭 들어간다.
시골 촌학교에도 원어민교사가 배치되는 현실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www.ebse.co.kr의 콘텐츠는 전세계 어는 영어학습사이트보다 내용도, 수업 방법도 풍부하다. 모든 콘텐츠 다 공짜다.

그런데도 미국으로 영국으로 유학간다.
내 자식만은 차별화된 영어능력을 갖도록 해주겠다는 의도다.

영어 사용능력이 한국에서 계급적 분류기능으로 사용된다(그것도 단지 미국식영어만이 유일하게 사용된다. 영국영어조차도 수용이 안된다).
영어를 잘한다는게 모든 영역에서의 업무능력을 보증하는 기호로 사용된다.

이걸 눈치채고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을 외국으로 그것도 대부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이유 아니냐!
그걸 따라서 너도 나도 미국으로 아이들 못 보내서 안달하는거고.
 
진짜 이런 영어광풍, 그 그늘로서 기러기아빠가 생기는걸 막고 싶다면 당장 입시에서 영어를 빼면된다.
아무런 업부 연관성도 없이 각종 시험에서 영어가 사용되는 현실도 고치면 된다.
그러면 돈 주고 등 떠 밀어도 외국으로 유학 안간다.
누가 편하고 익숙한 고향 놔 두고, 물 설고 낮 설은 외국에서 개 무시 당하면서 살 생각하겠냐!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어 못하는 나라가 아마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북아 국가들일거다.
그중 한국과 일본이 중국보다 더 못하다.
토플점수 통계가 그렇게 말해 준단다.
그래도 이런 동북아 삼국이 선진국들과 경제분야에서는 거의 맞장뜨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다 고유한 모국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모국어 기반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문화역량에서 나온거다.

한국사람은 당연히 한국의 고유한 언어로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설사 외국어를 학습한다할지라도, 한국어 기반에서 외국어를 학습한다.
이걸 부정하면, 그냥 미국인 만들자는 말과 같다.

효율적인 영어학습을 위해서, 영어교과가 아닌 다른 교과도 영어로 수업하자는 주장은 미친놈 헛소리만도 못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국어도 영어로, 국사도 영어로!
이게 말이 되냐!

옛날 영어권 식민지였던 나라들,
예를 들어 필리핀이나 아프리카 국가들 영어 진짜 잘한다.
인도에서는 공부좀하는 중학생의 영어능력이 한국의 외교관들 보다 훨 났다.

영어는 단지 의사소통수단일 뿐이다.
영어 잘한다고 업무능력 뛰어난 것도 아니고, 사람이 휼륭해지는 것도 아니다.
근데 현실이 영어를 그런 지표로 사용하니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거다.
이걸 고쳐야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가서 대학졸업하고 비즈니스하는 사람들 한국사람 뜯어 먹고 산다고 들었다.
미국 기업에서 이런 한국인들 채용할 때 영어와 한국어 능력을 다 갖추고 있으니 한국인상대로 비즈니스 잘 하겠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채용한단다.
한국어도 모르고 영어만 잘하는 한국인 어디에 필요하겠냐?

실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설득하고, 협력을 확보하고, 동의를 얻어내고 하는 것 다 한국어로 해야한다.
영어로 지랄해봐야 의사소통도 되지 않고, 오히려 면박만 당할거다.
한국사람 99%가 한국사람을 상대로해서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어떤 사람의 직무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우리말로 사람들을 어떻게 잘 조직하고, 자기 사업계획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줄 아는지 봐야 한다.

현실은 거꾸로다.
무조건 영어를 가지고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걸 고치지 않는 한 기러기 아빠 별 지랄을 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입시에서 영어 빼고.
각종 선발시험에서 영어가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고쳐라.

그리고 대학교수들 미국유학파 출신들만 뽑지마라(이놈들이 분위기 다 망쳤다).
프랑스에서 공한 놈, 독일에서 공부한 놈, 중국에서 공부한 놈, 심지어 아프리카서 공부한 놈, 국내에서 공부한 놈 골고루 뽑아라.
그래야 학문적 다양성도 확보되고, 미국 일방적인 현실도 고칠 수 있다.

입시에서 영어 빼면 학교에서 영어 진짜 쓸모있게 가르칠 수 있다.
입시용 영어는 영어가 아니란걸 영어교사들 다 안다.
예를 들어 수능영어는 독해와 듣기가 전부다.
학교에서 '무조건 읽어, 들어'라고 영어 수업한다.
그게 전부다.
다른거 할 필요 없다.
참신한 수업방법도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인수위가 말하는 식으로 별도로 영어능력 평가척도 개발해서 내놓으면, 또 그것에 맞춰서 영어수업 협소하게 굳어진다.
모든 평가는 원래 협소할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전국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찍기 평가로 굳어질 수 밖에 없다.

영어교사 영어능력 인프라 걱정하는데,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대한민국 사대 영어교육과 최소한 전국 5%안에 들어야 들어갈 수 있다.
정 걱정되면 풍부한 연수기회 제공해주면 다 소화할 수 있다.

각종 취업시험에서도 영어시험 가려서 좀 봐라.
왜 모든 공무원이 영어시험을 통해서 선발되어야 하냐?
영어사용 외국인 관련 업무담당자는 영어시험보고, 중국인 관련 업무담당자는 중국어 시험봐라.
내국인 관련 업무가 주요업무인 사람은 영어시험 말고, 한국어 사용능력이 얼마나 잘 잦추어져 있는지 평가하는게 올바르지 않냐?

이렇게 현실을 조금만 손 봐도 기러기 아빠도 막을 수 있고.
현실의 합리성도 훨씬 많이 제고할 수 있다.

물론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그것에 맞게 철저하게 영어사용능력 확보할 기회 제공하고, 영어사용능력 평가해라.

대 낮부터 열 받았다.
지금까지도 미친 세상에 많이 부대꼈는데.
더 미친놈들 세상에 살 앞날이 깜깜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미친놈들 깐죽거리고, 시비도걸고, 싸우기도하면 세상이 바뀌겠지!
그 속에서 재미도 찿을 수 있고, 놀 수도 있겠지!

cf) 장하준이라고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있다. 보수진영이건 진보진영이건 장하준이 뭐라고 한마디하면 말발이 먹히는 그런 존재다. 63년생이니 겨우 40대 중반이다. 각종 매체에서 전세계가 인정해주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라고 추켜세운다.

<1963년 서울생. 1986년 서울대경제학과졸업. 1987~91년 영국케임브리지대경제학박사(제도경제학전공). 1990년~ 케임브리지대경제학교수. 2003~04년 고려대교환교수. 2004년 (사다리걷어차기)로‘뮈르달상’ 한국인첫수상. 2005년‘레온티에프상’ 역대최연소수상.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개혁의 덫> <국가의 역할> <악한 사마리아인> 등>

나도 귀가 얍상해서 그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을이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가지고 있다. 처음 앞 부분 얼마간 읽다가 내 팽개치고 다른데 정신 팔려 있다. 그가 한국어로 한국에서 공부한것이 자기 성공의 밑바탕이라고 언급한 걸 기억한다.



cf) 깐죽거리기 : 세상 사람들은 나를 미친놈으로 안다. 미친 놈이 현실을 미쳤다고 말하면, 그 현실은 미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결론적으로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따르는게 올바르다는 거다.